부산 카페 :: 도코
바쁜 업무로 북적거리던 날들을 지나, 휴일이 찾아오면 고작 일주일이 지난건데도 왜 그리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휴식은
언제나 반가운 존재여서 그런 걸까요. 집에서 뒹굴거리며 있는 것도 좋다지만, 저는 바깥의 공기를 느끼는게 더 좋은가
봅니다. 자꾸만 신발을 신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걷지 못해서 안달이거든요. 이날도 어김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잔업을 해치우면서 보내야겠다- 하고서 생각하던 와중에 친구들한테 부산 카페로 오라는 연락을 받아서 다녀오게 된거예요.
부산 카페 , 도코 그냥 가기에는 심심하니까 당연히 카메라의 찰칵거리는 소리를 BGM삼아서 다녀왔습니다. :) 제가 오라고 연락받게 된
곳은 도시농가코페도코라는 이름의 커피숍이었어요. 부산1호선인 범내골역이랑 서면역, 부산2호선인 전포역을 각각 옆쪽에
두고서 그 사이에 있던 곳이라서, 워낙 그 주변들도 번화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건물 자체에 주차장도 마련되어있어서
주차같은건 걱정하지 않고 다녀오게 편안해보였어요. 역중에서는 전포역 3번출구랑 제일 가까웠답니다.
부산 카페
도코
3번출구로 나가면 경남공업고등학교가 바로 코앞인데, 나가서 왼쪽을 향해 걸으면 정문이 보이는 길쪽으로 쭈욱 직진해서
고등학교의 왼쪽편으로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가면 전력공사 옆쪽으로 위치해있던 건물이었습니다. 이름이 참 특이하다,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가게의 원목간판을 보게 되어서 신기했어요. 도시와 농가의 코페라니. 아마도 코페라는건 카페를
옛날식으로 발음한 거 아닐까 싶네요. 옛날에는 커피도 코피라고 발음하는 어르신들이 계셨다고 종종 들었었거든요.
뭔가 아날로그 감성이 차오르던 곳처럼 보였죠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그윽하던 원두향이 친구들보다 먼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간만에 브랜드커피숍이 아니라 단독적인
커피숍으로 찾아가게 되어서 새롭던걸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인지는 몰라도 매장안에는 은근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치만 완전히 만석은 아니었고, 빈자리들이 많이 보이니까 원하는 곳에 앉기에는 상관 없더라고요. 솔직히 도시랑 농가,
이런 이름이 간판에 쓰여져 있길래 옛날식으로 꾸며진 건가? 싶었지만 현대식으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꾸며져 있어가지고
좀 놀랐어요. 이정도로 멋들어지게 차려져 있을 줄이야. 웬만한 브랜드커피숍들이나 디저트가게보다 낫다고 생각하게
됐지 뭐예요.
하기야, 요즘에는 유명브랜드의 커피숍들도 죄다 개성은 커녕 현대식 트렌드에만 집중하니까 커피맛도 거기서 거기인데
인테리어의 특성도 그다지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요. 뭐, 저야 아침이나 점심시간대에 졸음이나 좀 깨고 싶으니까 커피를
사러가거나 식후에 티타임을 살짝 즐겨주려고 가는거라서 큰 상관은 없지만, 이런날처럼 놀러다닐 때에는 그런곳을 굳이
찾아가고 싶어지지 않는단 말이에요. 그런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는데, 여긴 아늑한 휴양지의 식당가처럼 인테리어가
되어있어서 독특했어요.
개성적이라고나 할까요. 전체적으로 원목소재로 된 소품들이랑 테이블, 의자들도 그렇고 가게안에는 화분같은 것들도
적지않게 놓여있어서 싱그러운 분위기를 주더라니까요/ 한 켠으로는 콜드브루를 내려마실 때 필요한 도구들이 진열장에
놓여있기도 했는데, 이런거를 보면 막 괜스레 8090영화에나 나올법한 다방커피점에 놀러간 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묘했어요. 커피머신으로 간단하게 내리지않고 진짜 원두를 갈아가지고 막을 씌운채 찬찬히 내리게끔 하던 도구들이어서
괜스레 저도 해보고 싶고 그랬죠.
그치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어요. 한 쪽에는 디저트가 될만한 브레드들이 잔뜩 진열돼 있었는데, 이쪽으로 가면
벽면에는 칠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친느낌의 종이? 같은 소재에다가 풀잎들이 하나하나 그림으로 새겨져 있었죠.
이것들은 전부 비건브레드라는 걸 강조하던 액자였어요. 비건은 채식주의인데, 동물한테서 얻게되는 육류는 물론이거와
달걀이랑 생선, 우유랑 치즈 같은것들도 섭취를 거부하는 신념이 행동으로 나오는걸 말해요. 확실히 비건은 요즘에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요.
동물을 해하는 것도 줄어들면서, 채소와 야채만으로도 일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고 요즘시대에 채식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사람들한테 채식을 보다 가깝게 권장해주기도 하니까요. 가끔씩 기간을 잡고서 하루나 일주일,
한달로 채식만 하는것도 건강적인 측면에서 그리 나쁘지가 않대요. 꼭 몸매관리나 식단조절을 위해서만이 아닌, 환경적으로
좋은 생각이라서 좋게 본답니다. 그런데 여기 부산 카페에서 만들어지는 디저트들이 비건이어가지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되게 신기함도 가득이었고, 오래간만에 채소로만 만들어진 디저트류들을 봐서 반가웠어요. 햄이나 소세지가 들어간 건
먹다보면 질리기 일쑤인데, 쟤네들은 그러지 않거든요. :)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한 켠으로는 회의실이라는 곳이 보였는데,
예약제로 운영이되던 공간이었고, 4인이상이면 2시간동안 사용하면서 커피랑 디저트만이 아닌 회의나 사무적인 일들을
행할 수가 있던 시설도 마련되어 있어서 괜찮다 싶었어요. 확실히, 직장인들이라면 모를까 제 주변에서도 자영업하는
사람이랑 학교다니는 대학생분들은 이런곳 필요할 때가 많잖아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특수한 공간이 커피숍에 있을거란 기대를 하기가 힘들어서, 무조건 사무실 대여를 찾거나 도서실
같은곳에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다니기가 힘들었는데 말이에요. 이제는 저런곳을 가볍게 예약해서 이용하면 되니까
간단해보이더라고요. 조금더 옮기며 돌아다녀보면,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주방이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모든 빵들이랑
디저트들, 그리고 음료에 필요한 것들까지 만들어지는거구나 싶어가지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진짜로 베이커리를
배경으로 한 옛소설에 들어간 기분이었달까요.
게다가 주방이 유리문 너머로 훤히 들여다 보이니까 믿음직스러웠어요. 보통은 빵전문점들도 그렇고, 식당가들이 아닌이상
카페같은 곳들은 주방을 가리기 일쑤였는데 말입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기계들까지 수두룩해서 어떤게 어떤역할을 하는지
알수는 없었지만, 식자재들이 말끔하게 동봉되어 있는거 하며, 주방의 청결상태라든지 누가봐도 알 수 있을만한 기본적인
시설의 상태들은 죄다 나무랄데가 없이 좋았어요. 깔끔하면서도 청소가 매일같이 되고있단 증거가 두눈으로 확인이
된 셈이었죠.
가게자체가 1층만 있던거는 아니었습니다. 규모가 나름 커다란 커피전문점이라고 해도, 유명브랜드들이 좀 커다랗게 지점을
짓거나 한 것밖에 보질 못했는데, 이곳은 단독적인 카페면서도 되게 커가지고 뜻밖이었어요. 2층의 홀을 구경하려면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면 됐는데, 계단이 꼭 옛날동화 속이나 별장 같은곳의 펜션느낌이라서 새로웠답니다. 완벽히 모던함이
묻어나오지 않고, 이런부분은 또 아날로그식이 보이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괜히 즐거워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만들지 뭐예요.
어느정도 홀구경은 끝마쳤겠다, 먹을거랑 마실것들을 사서 앉아야 되는거 아니냐고 그러길래 냉큼 디저트진열대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일단은 음료부터 뭘 마실지를 정하고 얘네들을 골라줘도 되지만, 이때 배가 좀 출출했던 바람에 커피보단
빵들이 먼저 눈에 띄긴 했어요. 그중에서도 커피와 아주 찰떡궁합일 것 같았던 요 헤이즐넛생크림빵이라니. 비건스타일로
만들어낸거라 크림은 아마 식물성크림을 사용하지 않았나, 궁예를 할 수 있었답니다. 비닐포장지를 뚫고서 헤이즐넛향이
올라올 것만 같았어요.
물론 여기있다 보면 어떤게 무슨향이 나는지 잘 모를정도로 코끝에는 여러가지 먹음직스러운 향긋함의 향연이었지만요.
그옆쪽으론 헤이즐넛보다 초코를 좋아하는 초콜렛파한테 제격이던 쇼콜라빵이 있었는데, 둘 다 가격대가 3,000원이어서
별 차이는 없었습니다. 헤이즐넛생크림빵은 3,200원이었고, 쇼콜라빵은 3,000원이었거든요. 뭘 먹어주든지 간에
저한테는 마냥 좋은 녀석들이라서 고르기가 진짜 힘들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골치아픈 고민이 먹는거에 대한 고민이라더니,
사실이었죠…
약간의 냉장보관이 필요로하던 녀석들은 냉장진열대 안에 있으니 여기에서 고른뒤에 카운터에서 주문하며 직원분한테
말씀드리면 꺼내주시니까 눈으로 살펴보기 바빴어요. 냉장보관으로 진열되어있던 녀석들은 브라우니랑 마카롱, 티라미수와
테린느라는 이름의 처음보는 녀석까지. 총 네 가지들이 담겨져있어 하나같이 맛있어보이니까 커피만 시켜서는 안될것
같기도 하더라니까요. 이러니 친구들이 저를 여기로 데려온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이웃님들한테 부산 카페 추천을
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몇 자 적어보아요.
요즘들어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마카롱들. 아주 영롱하게도 만들어져있어서 먹고싶은 마음만으로 가득했습니다. 패션
캬라멜마카롱이라는 거였는데, 정말이지 부드러워보이는 바닐라색상이 위아래로 뒤덮여져있고 안에는 진득한 필링이
들어있어 그것만 하더라도 먹음직스러웠지만, 위에는 가게만의 로고인지 인장을 콕 찍어내서 초코로 굳힌게 너무나도
세련돼 보였어요. 이래서 패션캬라멜이라고 하는건가? 싶더라니까요. 그치만 이 메뉴들 말고 아예 요리되어서 나오던
메뉴들까지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짜잔. 이런것들 말이에요. 이 녀석의 이름은 생그릭요거트라고 하는 아이였는데, 말그대로 요거트에다가 생생한 그릭인
과일들을 넣고서 그래놀라를 흩뿌리고 중점이되던 유기농블루베리잼을 얹어가지고 나오던 녀석이었어요. 아예 요거트도
배양을 한거라고 친구한테 들었는데,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한 부분도 대충 넘겨버리지않고 손수 만들고, 키우고
하시는구나 싶어가지고 놀라웠어요. 배양해낸 요거트에서 유청을 직접 빼내신다던데 그거 번거로워서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집에서 요거트시리얼은 자주 해먹는다지만, 어디까지 재료들을 전부 준비해두고 플레인요거트까지 마련해놓은 상태에서
그저 요거트에다가 재료를 쏟아넣는 일 밖에 하질 않았었는데 새삼 이렇게까지 만들수도 있다는게 느껴져서 대단해
보였어요. 친구들도 집에서 이정도 퀄리티를 따라해본 적도 없고, 따라할 생각도 안해봤다 그러면서 혀를 내두르던데,
거기에 백번 공감했습니다. 저같아도 일단 재료의 싱싱함부터 상대가 되지 않을것만 같더라니까요. 비슷하게야 따라해
먹을수는 있지만요.
전체적인 신선도가 그런게 하나의 맛을 이루니까 그마저도 완벽하게 따라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던데요. 이 녀석의 장점은
싱그러우면서 풋풋하다는게 그 장점이었거든요. 스푼으로 한숟갈 떠먹어주면, 그래놀라가 오독오독하니 크리스피하게
씹혀주며 고소함을 진득하게 남겨주고 그 뒤를 잇따라서 블루베리잼이 진하게 다가와요. 그러면 과일들의 상큼함으로
마무리. 전체의 밸런스가 어느 누구하나 튀지않고 어울린다는게 참 오묘했어요. 이렇게도 만들수 있다니, 싶어서 말입니다.
친구한명은 이곳으로 오면 항상 시켜먹는 메뉴가 있다면서 저희가 고민할 때 혼자 미리 주문하더니, 트레이하나를
받아와서 저흴 놀래켰어요. 음료는 청귤에이드라고 알려줬는데, 저 모찌스러웠던 건 자세하게 듣지 못해가지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아무튼 개인적으로 비주얼이 끝장나던 녀석들이라서 저까지 괜스레 호들갑 떨고싶어지던 비주얼이었어요.
청귤에이드는 청량감이 더 돋보이도록 투명하던 유리잔에 담겨져서 나와주니까 보기만해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 청귤에이드와 모찌디저트라니. 당연히 실망하지 않을수 없는 부산 카페만의 조합 아니겠어요. 청귤에이드를 한입만
빼앗아서 홀짝 마셔봤는데, 산뜻하면서 마치 라임같은 상큼함이 입안으로 확 퍼져나가서 절 즐겁게 해줬어요. 잔안에는
청귤이 잘린채로 얼음이랑 부벼대서 즙을 더 만들어내니까, 빨대나 포크같은 걸로 휘휘 저어주면 저어줄수록 맛은 진해져만
가지 뭐예요. 그러면 청량스러움은 배가 되어서 끝내줬어요. 느끼한거 먹을때 이거 한잔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죠.
그리고선 저희들의 모든 관심사를 빼앗아가기도 했던 요 모찌디저트. 얘는 노르스름하던 빛깔이 특징이었는데, 겉면이
코팅된듯 물들어있으면서도 푸딩같아 보여서 괜히 찔렀다가 모양이 나빠질새랴 만지지도 못하겠더라니까요. 먹어보고는
싶지만 모양새가 예쁘고 귀여워서 건드리기 싫은 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라서 건드리기가 싫었어요. 그치만 속내용물은
어떨지 궁금하다는게 갈등이 되었답니다. 안을 들여다볼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 였지만 당근 전자였어요.
안을 스르륵 갈라내리면, 모찌스럽던 크림기가 싸악 갈라지면서 속살이 드러났어요. 겉으로만 보기에는 열매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코팅된 녀석이었는데 이런식으로 갈리니까 굉장히 아쉽기도 하고, 반대로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즐겁기도 한 마음이 마구 싸워버려서 힘들었어요. 나뭇잎이랑 열매같은걸 표현하기도 해서 꼭 일본식 전통디저트이던
화과랑도 비슷했어요. 꽃 화 자를 써서 꽃모양도 만들어낸다는 그 꽃의 과자 말이에요. 그 모습이랑 닮아있던걸요.
숟가락으로 조심조심 잘라낸다면, 처음엔 보랏빛이 은은하게 보이는것 같았지만 안쪽에선 쨍하니 투명하던 딸기잼?
같은게 흘러나와서 숟가락이랑 접시위를 적셨어요. 애기의 주먹보다 약간정도 큰 사이즈였는데, 속이 이렇게나 알차다니
싶어서 의외였습니다. 전 속이 휑하니 뚫려있거나 할 줄 알았거든요. 코팅된 겉면이 초콜렛이나 사탕으로 만들어져서
먹는듯한 모양인 줄 알았더니 아니어서 당황스러우면서도 좋았어요. 알차가지고 먹으면 보드러워서 식감도 훌륭했거든요.
그런 화과와 똑닮은 녀석도 숟가락을 써서 옴팡지게 떠먹어주면 안녕이었습니다. 작지만 달콤함이 꽤나 커서 저정도만
먹더라도, 당이 필요하던 몸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을만 했어요. 달큰하면서도 그릭요거트에서 보던 맛처럼 새콤함이
어디에서 훅! 풍겨져나오니까 마냥 달기만한 거라고는 하지 못했어요. 달기만 했더라면 그렇게 좋다고 하지 못했을텐데,
여러모로 감칠맛이 뿜어지던 디저트라서 커피와도 어울리겠다, 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언제 한 번 먹어보려고해요.
다 같이 먹을 거로는 티라미수를 주문했습니다. 티라미수는 파우더가루 속에 차분히 담겨있는 촉촉한 크림이 예술이었어요.
일단 티라미수라는게 어떤건지 아니까,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기대감이 컸는데도 불구하고 촉촉하니 부담스럽게 달지않아
괜찮았어요. 오히려 말차가루도 한구석에 올려져있어서 그런건가, 모르겠지만 크리미한 제형은 그대로이면서 결코
단맛이 깊게만 느껴지지 않았다는점은 장점이었어요. 티라미수는 살짝 과한 단맛이 디폴트라지만, 어쩔때는 부담스럽잖아요.
건조된 오렌지조각이 올라가서 퐁신한 구름위에 누워있던 데코레이션은 단미연유라떼였어요. 데코레이션적으로도
예쁘고 앙증맞았지만, 연유라떼를 마시고 싶어하던 친구입맛에도 딱일 것 같길래 주문하라고 한 번 말해줬다가 우연히
괜찮은 라떼메뉴 하나를 발견하게 된 셈이었어요. 거품은 금방이라도 입가를 적셔서 우유수염을 만들것만 같았는데,
그런 크림속에 제일먼저 말린오렌지가 들어가버리니까 함께 마셔준다면 어떨까? 하고 궁금하게 만들었어요.
건조오렌지 위에는 뭐가 솔솔 흩뿌려져 있길래 이게 뭐지? 싶어서 숟가락으로 저것만 집어먹어보니까, 토독토독 씹히는게
오렌지알맹이인 것 같았답니다. 오렌지필이 토핑으로 얹어져서는 상큼달콤한 주황빛을 보여주니까 싫을리 없었어요.
블랜딩된 단미랑 연유가 한데 어우러지니까 부드럽게 삼켜주기 딱이었어요. 속아플 때 연유라떼 마시는것도 좋은데,
연유만 들어가있지 않고 단미까지 들어가있으니 그 부드러움은 두 배가 되는것이 당연했나봐요.
그러니 조금만 그 당도를 낮춘다면 고마웠는데 말이죠. 그게 확실하게 보여지니까 좋다 말할 수 있었던 거 같네요. 전
음료로 당연히 커피를 주문하게 됐는데, 요거트를 다 먹고서 주문했어요. 이중에서 뭐가 좋을라나, 고민하던 와중에 제
눈길을 사로잡던 카라멜로라떼. 이름부터가 뭔가 멜로영화 한 편이 재생될 것만같은 달달~함을 끼얹어주는 거 아닐까
하고서는 호기심에 시켜준거 반, 카라멜이 좋아서 반인 마음으로 초이스 하게 된거였는데 나오는거 보자마자 시키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이러니 여길 부산 카페 추천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옆쪽 그릇에 담겨있던건 말차테린느라는 것이었습니다. 말차테린느는 어떤걸까 궁금해가지고 말차도 좋아하니까, 그리고
원래 카라멜같은 달달한 녀석이 한 쪽에 있다면 한 편으로는 쌉쌀하고 씁쓸한 맛이나는 구성으로 차려줘야지 조화롭게
넘어가니까 골라준 면도 없지않아 있었어요. 카라멜로라떼위에는 카라멜로 모양이 굳혀진 과자하나가 올라가니까 저걸
커피잔에다가 넣어가지고 부셔서 녹여먹는 방법으로 먹는 거였어요. 그냥 캬라멜만 먹으면 좀 심심했으니까요.
카라멜과자를 들어보이면, 이거는 예술이다. 싶은느낌이 확 들었어요. 이걸 잔에다가 욱여넣을걸 생각하니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렇게해야 제대로 마셔주는 것 같아서 포기하진 못했지요. 얼기설기 실타래들이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걸쳐진 것 같았는데, 이렇게만 보더라도 무슨 금으로 녹여낸 조각품 하나를 가져온 듯해서 보기만해도 힐링이었어요.
확실히 카페쪽은 비주얼같은 것들도 손색없이 뭐하나 빠지지않고 예쁘다보니까 마시기가 참 아쉬워요.
안에 전부 꾸겨넣기는 싫길래 우아하게 한 쪽으로만 걸쳐보았던 모습이랍니다. 저러다가 결국에는 잔바깥으로 탈출해
버릴것 같아가지고 스푼으로 잘게잘게 부셔서 넣어줬지만요. 달콤하면서도 카라멜한테서 미묘하게 느껴지는 단맛의
씁쓸함이 라떼맛을 더 극대화시켜준거 아닐까 싶었습니다. 커피잔으로 사용되던 식기부터 디저트전용 접시들까지 전부다,
유럽풍이 느껴졌는데 원목트레이 같은건 일본풍이 느껴져서 그런지 동서양이 퓨전된듯한 기분이기도 했어요.
이날은 저만 열심히 찍어대던 날이 아니기도 했습니다. 음식사진 찍는건 별로 관심없다던 친구까지 부산 카페 안에서 가세해
이 구도로 찰칵, 찍어보고서는 반대구도로 돌려보기도 하면서 아주 요리조리 멋진장면만 남기지 뭡니까. 마지막으로 제
디저트였던 말차테린느까지 먹어버린다면 끝이었어요. 말차향이 향긋하게 올라와주니 군침이 싸악 고이면서도 기대로
두근두근 물들던 순간이었죠.
여기에서도 건조오렌지가 꽂혀있는게 보였어요. 테린느는 쉬폰빵같은 녀석일 줄 알았는데, 정반대여서 의외였어요.
오히려 생초콜릿처럼 스무스하게 썰리면서도, 어딘가가 쫀득쫀득하다고 해야하나? 크림하고 얹어먹으면 찐득찐득한데
뽀잉뽀잉거리는 느낌도 들어서 푸딩같기도 했어요. 탄력적이라고 하기보단 속이 알차게 차있는 젤리같다고 하는편이
더 맞는말일 정도로요. 예상밖이어서 더 재미있었던 거 같네요.
그렇게 디저트티타임을 여유롭게 즐겨주고 나서는, 바깥공기가 쐬고 싶길래 바깥으로 나섰습니다. 따사로운 날씨는
아니었고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던 날이라서 쌀쌀하기도 했다만, 나뭇잎들은 그 바람에 살랑거리면서 흔들리니 보기에도
좋았어요. 바라만봐도 힐링된다는게 여기에서 쓰이는 말이구나, 싶었죠. 좋은커피에다가 좋은디저트, 화사한 풍경은
사람에게 여유를 가져다주더라고요.
구경하며 하루를 보내던 내내 즐거움에 휩싸여서 행복했답니다. 다음번에도 이곳으로 티타임을 즐기러 온다면 좋을것만
같아서 마음속에 저장해둔 하루였어요. 요새 바빠가지고 쉬어도 쉰다는 느낌없이 지내는게 대부분이었는데, 가끔씩은
머릿속을 비우고 이런곳에서 앉아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걸 알았지요. 건물자체도 되게 멋스러워서
이곳저곳 둘러볼 것들도 적지 않았거든요.
특히나 여기. 카페안에서 보고있으면 창밖 너머로 물이 졸졸졸 흘러나와서 꼭 자연속에서 쉬는듯한 기분을 안겨주기까지
하니까 모든게 만족스러웠어요. 발을 담구고서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싶었지만, 바라보기만 했답니다. 그러면 안
됐은까요. :) 도심속에 시냇물을 가져다 놓은듯한 구도여서 얼마나 푸릇했는지 모릅니다. 이런것까지 생각하시다니,
사장님이 무척이나 가게에대한 애정이 있으신 것 같던데요.
바깥쪽엔 아예 테라스스러운 곳들까지 마련돼있었어요. 움막같이 천으로 한 번 감싸가지고 아늑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죠.
문쪽은 쾌적하게 뚫려있으니까 답답하지도 않았고, 봄날이나 초여름으로 흘러갈 땐 저기마저 미어터지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모로 인기가 많아보이던 공간들이 수두룩해서 어디에 앉을지도 고민해야 되던 곳이었어요.
돌아가기 직전에는 이곳에 앉아 쉬었다가 가기도 했어요. 그러면 하루의 마무리를 멋지게 할 수 있을것만 같았거든요.
나무로 된 의자에앉아 나무들과 풀잎들을 본다면 자연속에서 숨을 쉬는 듯한 하루로 기억이 됐습니다. 친구들도 모처럼
여유를 가진 시간이었다고 말하면서, 초저녁이 되기 전에 헤어졌어요. 다음엔 근처에서 식사까지 한 끼 하자면서요.
부산 카페 탐방일지였습니다. 이웃님들도 카페라면 자주 가게되는 곳이니까 어디로 갈지가 상당히 고민이 되실텐데,
그런걱정 접어드리기 위해서 몇 장 소소하게 올려보았어요. 관광지로도 유명하다보니 외국인분들도 적지않게 보여서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럼 늘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라며 전 들어가보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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